오락실에서 스키 게임 탄 것 말고는 경험이 전무했다. 축구, 농구, 야구 모두 수준급으로 하다보니 운동신경이 남들보다 조금 괜찮으니까 스키도 비슷할 줄 알았다. 아산병원에 드러눕기 전까지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부터 내 운동신경에 강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공놀이랑 다르더라
스키는 몸을 쓰는거라서 코어, 하체, 유연성, 중심잡기 4가지가 안되면 절대로 쉽게 탈 수 없다.
그러니까 축구, 농구 잘한다고 스키 잘타는거 아니니까 나처럼 까불지 말자.
스키 운동신경 확인 방법
내가 스키를 잘 탈 수 있는 운동능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 스쿼트 자세가 잘 나오는지 확인할 것.
- 지하철이나 버스 타서 손잡이 안잡고도 잘 버티는지 확인할 것.
2가지에 대해서 능숙하다고 하면 스키 처음타러 가서도 금새 적응할 수 있다. 강습을 받는다고 해도 당일치기로 중급코스까지 즐길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여자친구 피셜.
스키도 못타면서 보드는 무슨
이 사실을 다치고나서야 알게되었다니 나 스스로도 한심하긴 하다.
스키는 잘못 타다가 다리가 찢어지면 더 크게 다칠줄 알았다. 보드는 그나마 다리가 모아져있으니까 앞 뒤로 넘어지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브레이크 할 줄 모르고 고속으로 활강하기 시작하면 스키든 보드든 둘 다 위험하긴 한데, 중심도 제대로 못잡는 초심자 입장에서는 보드가 더 위험한 것 같다.
스키랑 스키 부츠를 연결해주는걸 바인딩이라고 하는데 상대적으로 얍실하고 강하게 압력을 주면 적당히 풀린다.
그래서 중심 못잡고 넘어지는 타이밍에 열에 아홉 이상은 바인딩이 풀리면서 다리 찢어질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스키 폴 막대기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위기의 순간에 브레이크 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근데 보드는 스키 같은게 하나도 없다. 그냥 보드가 발에 딱 달라붙어서 절대로 안떨어진다.
그러면 넘어질 때 발에 묶여있는 상태가 되는데 앞이든 뒤든 발이 묶인 상태에서 넘어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스키는 발에서 떨어지기라도 해서 착지할 때 구를 수라도 있지, 보드는 그딴거 없다. 그냥 앞으로 넘어지면 상체가 다 아작나고 뒤로 넘어지면 엉덩이 아니면 머리가 크게 다친다.
절대 친구 말 듣지 말자.
같이 갔던 친구가 보드를 잘 탄다고 하니까 나도 욕심이 나서 탔던 것 같다.
초심자한테 보드를 제안했던 친구도 문제가 있고,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 쫓아간 내 잘못도 있다.
근데 잘못 여부를 떠나서 코스 시작점에 간 순간부터는 어떠한 해결책조차 없다.
그냥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알라신이든 누구든한테 비는 수 밖에 없다.
단기기억상실 걸리고 난 후
안그래도 머리가 별로 안좋았는데 더 안좋아졌다. MRI까지 다 찍어보긴 했지만 현대의학이 발견하지 못한 부작용이 분명 존재할거라고 나는 믿는다.
물론 지금은 뇌근육을 키우려고 노력한 덕분에 문해력이나 집중력이 많이 올라가긴 했다.
근데 20살 아주 중요한 시기에 단기기억상실이 걸린거라서 경제 활동을 하는데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본다.
단편적인 예로 지금도 늘 써왔던 단어가 한번씩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한두번이면 모르겠는데 병적인 수준처럼 사례가 너무 많다.
치매가 빨리 올가봐 겁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