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생에 지쳐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건 본성인 것 같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고성을 픽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숙소 고르는 건 말 안해도 뻔하다. 그냥 쉬러가는건데 가기 전부터 에너지를 다 소비하는게 말이 되나 싶어서 그냥 아야트 펜션으로 직행했다. 사실 돈이 저렴해서…
풀빌라는 아니다
어떤 객실에는 자쿠지, 그러니까 방 안에 욕조가 있고, 어떤 객실은 자쿠지 대신에 테라스에 자그마한 노천탕이 있다.
근데 여기가 지어진지 3년 밖에 되지 않아서 누가보면 풀빌라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층에는 카페가 있고 그 위로 숙소가 있기 때문에 오해할만하다.
통창 유리 밖에서 보이나?
보인다. 무조건 보인다. 아니, 그냥 커튼 안치면 다 보인다. 우리 커플은 프라이빗한걸 좋아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창가로 보이는 해변이 사이판이랑 괌 뺨치는 수준이라서 안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밤마다 밖에 나가서 통창이 보이는지 확인해봤는데, 새벽에는 잘 안보이지만 해가 뜨는 순간부터는 너무나도 잘 보인다.
방안에서 노출한 상태로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상당히 아쉬웠다. 하나를 잃었으니 하나를 얻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오션뷰. 아야진 해변부터 시작해서 동해 바다가 쫙 보인다. 기깔난다.
위치 괜찮은가?
여름에 고성으로 놀러간다는건 해수욕장을 즐기는게 주 목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야진 해변은 고성의 먹거리, 볼거리 전체의 중심에 있다.
차 타고 위 아래로 10분 거리 안으로 유명한 맛집이 싹 다 있다. 위로는 백촌막국수, 아래로 가면 홍게라면이 대박인 천진식탁이 있다.
나는 이번에 고성을 처음가봤는데 다들 요리솜씨가 대단한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흰 쌀밥 자체가 엄마가 압력밥솥으로 갓 해준 그런 고슬고슬한 밥이다.
가격 괜찮은가?
할인 받아서 20만원 초반대로 갔는데, 성수기에다가 3년 밖에 안된 신축 건물에다가 이정도 퀄리티의 숙소를 구하는건 쉬운게 아니다.
내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펜션을 예약해봤는데, 해남쪽에 가면 이정도 수준은 30만원 이상 줘야된다.
우리집 침실이 딱 이렇게 꾸며졌으면 하는 마음이 물씬 들 정도로 매우 완벽했다.
너무 심심하면?
양양 서피비치까지 40분 정도 걸리더라. 고성은 사실 할게 별로 없고 진짜 물놀이 좀 하면서 힐링하러 가는 곳이다. 카트장 같이 액티비티하는 곳도 있긴 한데 여느 휴양지랑 다를 바 없이 그냥 한적하고 조용하다.
잡생각이 많아지고 현생이 고달픈 사람이라면 한번쯤 휴지통 비우기처럼 싹 다 비우고 올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아무 의미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신발부터 신고 떠나보자. 여행의 이유를 찾아보시길.